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인도와 지하철 환승통로에서 보행자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보행자 교통안전법 개정안’이 다음 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토교통교류부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모든 출퇴근길 보행자가 도보 중 진로를 변경할 때 반드시 ‘인간 방향지시등’을 작동시켜 주변에 진행 방향을 알려야 한다고 발표했다.

비상등, 비상등

진로 변경 신호는 인체 구조를 활용해 지극히 직관적으로 설계되었다. 좌회전을 원하는 보행자는 왼쪽 눈을, 우회전을 원하는 보행자는 오른쪽 눈을 빠르게 두 번 깜빡이는 ‘윙크 신호’를 보내야 한다. 보행 중 갑자기 멈춰 서거나 속도를 줄여야 할 경우에는 양손을 번쩍 들고 입으로 “비상등, 비상등”이라는 구호를 큰 소리로 외쳐 뒤따르는 보행자와의 후방 추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안구 건조증 환자나 선글라스 착용자를 배달하는 예외 규정도 마련됐다. 이들은 눈 깜빡임 대신 혀끝을 천장에 대고 “똑-딱, 똑-딱” 하는 입소리를 내는 것으로 신호를 대체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보며 갑자기 멈춰 서는 보행자들과의 충돌을 예방하고, 만성적인 출근길 병목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도 도입 소식에 직장인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매일 신도림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34)는 “아침마다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윙크를 수백 번 하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앞사람의 진로가 예측 가능해져 이마를 부딪치는 일은 확실히 줄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보행물리학회는 이 제도가 정착될 경우 출퇴근길 인도의 평균 통행 속도가 시속 1.2km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